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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펜하이머 영화 Review 및 줄거리

by 은미르 2024. 1. 7.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열두 번째 장편 영화로,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미국의 핵개발 프로젝트인 맨해튼 계획에 참여하여 원자폭탄을 개발한 역사에 대한 미국의 전기 영화
 

1. 시놉시스

"나는 이제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가 되었다."
세상을 구하기 위해 세상을 파괴할지도 모르는 선택을 해야 하는 천재 과학자의 핵 개발 프로젝트.
 

2. 줄거리

덩케르크에서 그랬듯 이 영화도 하나의 시간대가 아닌 세 개의 시간대에서 진행된다.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젊은 시절에서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로 이어지는 기본 시간대, 1954년에 원자력 협회에서 벌어졌던 오펜하이머 청문회, 그리고 1959년에 있었던 루이스 스트로스 제독의 인사청문회가 그것이다.
이걸 시간 순서대로 재구성하면 아래와 같다.
또한 오펜하이머의 이야기인 컬러 파트는 'Fission(핵분열)', 스트로스의 관점에서 본 이야기인 흑백 파트는 'Fusion(핵융합)'이라는 제목 하에 서로 번갈아가며 마치 메멘토처럼 영화가 진행된다. 핵분열은 원자폭탄의 원리로 오펜하이머가 맨해튼 계획을 통해 원자폭탄의 아버지가 된 이야기를 반영하고, 핵융합은 수소폭탄의 원리로 오펜하이머가 수소폭탄의 개발을 적극반대했다가 매카시즘과 스트로스의 희생양이 되어 몰락하는 과정을 반영하는 제목이다.
 
케임브리지 대학교 대학원 유학 시절 실험물리학에 서툴러서 고생하던  22살의 청년 오펜하이머가 지도교수 패트릭 블래킷을 독살하려던 이야기에서 시작한다. 오펜하이머는 지도교수였던 블래킷과의 불화 및 적성에 맞지 않는 실험물리학 공부 때문에 지독한 향수병과 우울증에 시달리던 와중, 다행히도 닐스 보어의 권유로 괴팅겐 대학교로 학적을 옮긴 후 이론물리학과 양자역학을 접하게 되고, 그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게 된다. 미국 칼텍, 그리고 UC 버클리로 돌아온 오펜하이머는 실험물리학자인 어니스트 로런스와 협업하게 되고, 진 태틀록과 연인 관계가 되지만 결국 그녀와는 틀어지고 유부녀였던 캐서린과 눈이 맞은 끝에 결혼하게 된다. 이 두 여인은 둘 다 공산주의자였고, 오펜하이머 역시 미국 공산당에 가입하지는 않으면서도 공산당과 교류하게 된다. 오펜하이머는 여기서 마찬가지로 좌익 성향인 버클리 대학의 동료 교수인 하콘 슈발리에와 절친한 친구가 된다.

한편 독일에서 핵분열 현상이 발견되고, 1년 뒤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해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하자, 미 육군 대령 레슬리 그로브스는 오펜하이머를 맨해튼 계획의 책임자로 임명하고,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더 이상 공산당과 교류하지 않으며 따라서 국가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답한다. 오펜하이머는 평소 자신이 좋아했던 뉴멕시코주의 로스앨러모스에 새로 마을에 가까운 연구소를 만들고 에드워드 텔러한스 베테리처드 파인만엔리코 페르미 등등 당대 물리학계의 수많은 과학자들을 영입하고 가족들까지 불러오게 해 다 함께 살게 한다. 한편 그로브스는 맨해튼 계획이 철저한 국가기밀 실험인 만큼 독일, 소련 등에 정보가 유출되는 것을 피하고자 서로 간의 정보 전달을 최소화하기 위해 과학자들의 구획화를 통해 연구를 진행하도록 지시한다. 개발 기간 동안 오펜하이머는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을 만나며 과거 만난 적이 있던 닐스 보어 교수가 나치가 점령하고 있던 덴마크에서 탈출해 미국에 입국하게 된다. 보어는 오펜하이머에게 원자폭탄을 만듦으로써 오펜하이머는 세상은 핵무기를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았음에도, 끝내 핵무기를 만들어 인류가 자멸할 힘을 준 자인, "미국의 프로메테우스"라 불리게 될 것이며 거기서 자네의 업적이 시작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리고 이 시기에 오펜하이머는 진의 사망 소식을 듣게 된다. 이에 오펜하이머는 홀연히 숲으로 들어가 쭈그리고 앉을 정도로 멘털이 박살 난 모습을 보이지만, 뒤쫓아온 아내 키티의 독기 어린 격려 아닌 격려를 받으며 정신을 다잡는다.

2년의 시간이 지나고, 원자폭탄이 완성되기도 전에 독일이 항복하고 만다. 하지만 일본의 저항이 계속되었기에 맨해튼 계획은 일본의 패색이 짙다는 주장에도 계속 진행되었고, 결국 포츠담 선언 직전 최초의 핵실험인 트리니티 실험을 수행하게 된다. 이 장면이 영화의 클라이맥스이자 오펜하이머 인생의 정점이 된다. 트리니티 실험이 성공하자, 오펜하이머와 연구원들을 비롯한 모두가 기뻐한다. 그러나 리틀 보이와 팻 맨이 로스앨러모스를 떠나는 모습을 보면서, 오펜하이머와 텔러는 살짝 걱정하는 모습을 보인다.
하지만 모든 일이 성공적으로 끝나자 원자탄에 대한 모든 결정은 오펜하이머의 손을 떠나게 되고 그로브스로부터 꼭 다시 연락을 주겠단 약속과는 달리, 히로시마·나가사키 원자폭탄 투하 사실을 16시간 뒤 라디오 방송을 듣고서야 알게 된다. 오펜하이머는 당황스러워 하나 그로브스와의 통화에서는 여기도 다소 분위기가 좋다며 티를 내지 않았고, 연구원들 앞에서 이를 자화자찬하는 연설을 한다. 이후 죄책감에 시달리는 오펜하이머는 해리 S. 트루먼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자신의 손에는 피가 묻은 것 같다며 불안해하나, 트루먼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사람들이 당신에게 신경이나 쓸 것 같냐고 반문한 뒤 폭탄 투하를 결정한 장본인인 자신에게나 관심이 있을 것이라고 대답하면서 불편한 심기를 보이고 오펜하이머를 경멸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어 원자탄에 대한 실권을 빼앗게 된다.
 
1954년 오펜하이머 비공개 청문회. 
이 시점에서 오펜하이머는 핵 확산 방지를 위해서 수소폭탄 개발을 하지 말 것을 주장하게 되며 이 과정에서 맨해튼 계획에서 같이 일했던 에드워드 텔러와 갈라서게 된다. 오펜하이머의 이런 변화는 미국 공산당과 교류했던 그의 과거와 맞물려서 미 정부의 의심을 사게 된다. 이 와중에 원자력 위원회의 루이스 스트로스는 과거에 망신을 당한 일로 오펜하이머에게 앙심을 품고 있었는데, 스트로스는 앞서 말한 정부의 의심을 이용해서 오펜하이머에게 공산주의자이자 스파이라는 누명을 씌워서 원자력, 핵무기 보안 접근권을 아예 박탈시키는 식으로 업계에서 완전히 생매장하려 한다. 키티는 스트로스의 전략을 알고 오펜하이머에게 맞서라고 요구하지만, 오펜하이머는 자신의 불리한 상황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한다. 한편, 아인슈타인은 끝까지 공개적으로는 오펜하이머에 대한 마녀사냥에 분개한다
 
이 과정에서 텔러는 오펜하이머에 대해 불리한 증언을 하고 그를 배신한다. 이 외에도 키티, 그로브스를 포함해 그간 함께 했던 사람들도 두 편으로 갈라지게 되는데, 끝까지 오펜하이머의 무고함을 알고 진실대로 진술하는 이들도 몇몇 있지만 대부분은 매카시즘 시대에 겁먹고 오펜하이머에게 불리한 증언을 하게 된다. 그리고 스트로스의 전략대로, 청문회의 결과 오펜하이머는 일부 위험 인사와 친선 한 관계를 맺었다는 이유로 청문회 최고위원 3인의 최종투표 결과 2대 1에 따라 보안 인가 갱신을 허락받지 못한다.
 
약 5년 후 스트로스 본인도 상무부 장관 임명 청문회에 임하게 된다. 보좌관은 긴장한 모습이 역력한 그에게 이 청문회는 단순 통과 의례일 뿐이라며 위로하고, 청문회도 순탄하게 흘러간다. 그러던 중 증인 명단이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익명의 과학자가 증인으로 나선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스트로스는 다시 한번 불안해하기 시작한다. 자신이 과거 오펜하이머를 개인적인 원한으로 누명 씌운 것에 대한 부정적인 언급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이유에서였는데, 스트로스의 직속 보좌관도 오펜하이머 사건의 진정한 내막을 처음 접하자 상당한 실망감을 내비친다. 이후 그 과학자는 데이비드 힐이었음이 드러나며, 힐은 과학자들이 스트로스에게 품은 반감을 대표해 당시 오펜하이머를 향한 공격이 스트로스의 개인적인 원한에 의한 것이었음을 고발한다.
이 일로 청문회에서 공개적으로 모멸을 당한 스트로스는 대기실로 돌아와 오펜하이머는 선택적으로 후회를 하는 이기적인 인물이었다며 분노를 터뜨린다. 상원 인준 투표 결과, 결국 그는 불과 3표 차로 패배하여 낙마하였다. 스트로스는 과거 자신이 목격했던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만남을 언급하는데, 그날 이후 아인슈타인이 자신을 무시했다며 오펜하이머가 과학자 모두를 하나둘씩 자신에게서 이간질시켰다며 분노한다. 보좌관은 그런 스트로스에게 "어쩌면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는 당신 얘기보다는 더 중요한 일에 대해 얘기를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라는 말로 답하고, 모든 것을 잃고 자멸한 스트로스는 애써 미소를 지으며 방 밖에 몰려든 기자들을 맞이하기 위해 나간다.
 
영화는 다시 오펜하이머의 시점에서 본, 1947년 오펜하이머와 아인슈타인의 대화 장면을 비춘다. 그 장면의 내용이 밝혀지는 아인슈타인과의 대화에서 2차 대전이 끝난 직후 오펜하이머가 느꼈던 참담한 심정과 자괴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편 1963년 12월, 오펜하이머는 린든 B. 존슨 대통령에 의해 엔리코 페르미 상을 받는 장면이 이 아인슈타인과 오펜하이머의 대화 장면과 교차편집되며 나온다. 비록 오펜하이머는 현실 정치에서 영향력을 잃은 후였지만 그나마 그의 명예는 일정 부분 회복되었고, 행사에 찾아온 에드워드 텔러와도 화해한다. 오펜하이머는 자신이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거대한 연쇄반응을 가져왔다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그의 말을 듣고 창백해진 아인슈타인은 마침 다가오던 스트로스를 무시하고 지나치며 오펜하이머와 스트로스뿐만 아니라 수많은 이들을 끌어들일 또 하나의 연쇄반응도 시작된다. 그곳에서 오펜하이머가 수없이 많은 핵무기가 온 세상을 뒤덮는 환영을 보고 두 눈을 질끈 감는 것으로 영화가 끝난다.
"한 사람이 정직하고 솔직하게 자신의 의견을 개진했다는 이유만으로 그가 조국에 봉사할 자격이 있느니 없느니, 애국자냐 소련 스파이냐 등등을 고민하는 것은 너무나 무의미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걸 문제 삼으려거든 당장 저부터 재판정에 세우세요. 저도 때로는 다수 의견이 아닌, 별로 인기도 없는 의견들을 강력하게 주장해 온 바 있습니다. 그런 이유로 한 사람에게 오명을 씌운다면 이 나라에는 희망이 없습니다."

버니바 부시 박사가 오펜하이머 청문회에서 한 발언 속기록 중

3. 감상평

단일 원자폭탄의 '핵분열의 연쇄 반응이 끝나지 않고 지구 대기가 폭발할 수도 있을까'라는 과학적 근거론의 대화에서, 원자폭탄이 일단 만들어지자 그걸 계기로 보다 많은 나라들이 원자폭탄의 개발, 보유에 연쇄적으로 뛰어드는 '핵무기 경쟁(nuclear arms race)'과 '핵확산(nuclear proliferation)'의 시대가 도래하여, 말 그대로 핵전쟁이 일어나 세상을 멸망시킬 수 있는 현실로 만들게 되었다고 오펜하이머는 말한다. 자연반응에 의한 연쇄반응은 다행히 없었지만 인간 자체가 그 연쇄반응이 되어 버린 것. 그리고 그의 말대로 냉전 때는 경쟁이 극에 달한다.
영화를 다 보고 난 뒤, 오펜하이머의 핵무기 개발 성공과 그 후의 그의 인생을 곱씹어 보면 의미심장한 말이다
"놀란 감독의 CG 없는 핵폭발 연출이 가미된 줄리어스 로버트 오펜하이머의 전기영화"로서, 즉 원작이 된 책을 충실히 극화한 하나의 평전처럼 감상한다면 불안했던 초년의 정신세계와 사생활, 핵폭탄 개발의 영광, 대량살상무기의 아버지로서의 죄책감, 매카시즘의 피해를 차례로 경험하며 초년과 말년이 불행하고 중년이 엄청난 영광이었던 그의 삶을 3시간 동안 몰입감 있게 간접체험할 수 있다. 
 
한 사람의 일대기를 시간적인 차별화를 두고 영화화한다는 것은 다양한 접근법으로 관객들에게 그 사람의 사상이나, 업적, 주제에 대한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공감을 형성한다거나 자연스럽게 그 사람의 인생을 간접경험할 수 있는 창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제2차 세계대전이라는 커다란 전쟁의 틀 안에서 그 전쟁의 종지부를 찍을 수 있었던 하나의 획을 그었다고도 할 수 있는 한 과학자의 일대기는 사실과 접목하여 굉장히 크게 감정적으로 다가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사실 현대에서도 각자의 이익이나 권력, 명분을 위해서 아직도 전쟁은 일어나고 있고, 진행 중이기도 하다.
 
인간의 욕심의 끝은 없는 것 같다. 선대나 후대나 이권을 위한 전쟁은 계속될 것 같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시작과 끝을 알 수 없는 인간의 욕망은 끊임없이 계속될 것이며, 그 과정에서 다양한 결과물들이 산출될 것이다.
사실을 기반으로 한 영화는 많은 생각과 감정적인 동요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